2008년 10월 10일
한의원에 한번 가 보세요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욕 안 먹는 한의사(;)로 추정되는 장금이
한의학관련해서 글을 많이 쓰는 편은 아니지만 읽기는 많이 읽어봅니다. 이글루도 찾아보고 네이버, 올블로그 등등.. 간간히 한의학관련포스트가 올라오거든요. 그 중에 십중팔구는 한의원 광고글이고(....) 나머지는 거의 이명박 까는 수준으로 한의학 까는 글들이 눈에 띕니다. 이런 글들도 가능하면 다 읽어보려고 노력합니다.
보면 일단 제일 많이 하는 얘기가 사이비의학이다..에서부터..
중세의학이다(다행히 고대는 아니네요;) 침팬지수준 의학이다(그래도 아직은 영장류 단계)..
또 한의학을 빨리 쓸어 내야 우리나라 과학수준이 레벨업한다, 뭐 그런 내용도 있습니다.
그중엔 정말 한의학에 대해 뼈에 사무치는 실망을 느낀 분도 있는것같지만..(실제 한의대 졸업한 후 의대에 다시 진학하는 경우도 왕왕 있습니다) 대부분은 그냥, 왠지 모르게 한의학은 싫다, 이런 느낌이에요. 한편으로는 한의학을 비난하는 게 현대적인 사고의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하는 건 아닌지... 마치 소개팅 나가서는 빈대떡보다 피자를 먹어야 한다고 생각되는, 그런 의식일까요?
그냥 이렇게 설득하고 싶습니다. 한의원, 한 번 들러보시라고..
사실 멀리 볼 것도 없이 저도 대단한 한의학 반대파였으니까요. 중고등학교 때 부모님이 억지로 한의원 끌고 가는 게 정말 무지무지 싫었습니다. 침은 보기만 해도 아프고, 약은 쓸데없이 바가지 씌우는 것 같고(맛도 없죠) 무엇보다 맥을 짚어서 진단하는 걸 속으로 엄청 비웃었지요. 한의사가 "맥 볼테니 숨 크게 쉬세요~" 하면 일부러 숨 꾹 참고 버텼습니다(..) 집에 돌아와서는 한의학의 비과학성을 조목조목 따져가며 약 안 먹겠다고 부모님하고 전쟁이 벌어지고 그랬지요.
그러던 사람이 어쩌다 애니메이터 그만두고 한의학공부하는지는 참....수수께끼지만.....대학교 처음 들어와서도 위기가 많았죠. 교수들은 사이비교주같고, 교과서는 상형문자로 가득하고, 선배들은 어설픈 도인 흉내만 내고 있고, 항상 강조하는건 믿어라, 일단 믿어라! 믿고 외우면 알게 된다! 라니 한마디로 환장할 노릇이었습니다.
지금은 어떤가 하면, 지금도 믿는다고는 못하겠습니다. 오행이니 사상이니 운기론 등등은 아직도 마음 속으로는 거부감이 남아 있어요. 그럼에도 안 그만두고 버티고 있는 건, 나 자신에게 시험해 보고 가까운 사람들을 고쳐 주면서 효과가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입니다. 이런 걸 더 일찍 알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런 게 아까울 뿐이랄까요. 선배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氣가 실재하는 것인지 어떤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그것에 기반한 치료방법이 효과가 있다면, 기꺼이 써먹어 줄 만큼은 마음이 열려있습니다.
물론, 주변에는 워낙 한의학을 불신할 수 밖에 없는 요소가 가득합니다. 그러나 한의학이 아닌 걸 보고 실망했다고 한의학까지 매도해서는 좀 억울합니다. 인터넷에서 찾아보고 여기에 뭐가 좋다더라, 해서 시장에서 사다 달여 먹어봤다, 이건 한의학이 아닙니다. 수지침 한달 코스 이수해서 침술에 도가 텄다, 이것도 한의학이라고 하기 어렵습니다. 절에서 만들어 돌리는 환약, 한방 화장품, 한방 샴푸, 한방 비누, 한방 치약, 한방 옥매트, 한방 삼계탕, 한방 복분자주, 홍삼엑기스, 이런 걸로는 한의학을 알 수 없습니다.
TV에 나오는 한방 정보도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X시 내고향"같은 프로에선 예외 없이 사투리 쓰는 할머니가 지역 특산물 한 입 베어먹으면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웁니다. 짜투리로 잘 생긴 한의사가 나와서 "동의보감에 의하면 어디 좋고 어디 좋고.." 연발합니다. 이런 것만 보면 우리나라 평균수명은 진작에 100살은 넘었을 것 같습니다. 어떤 한의사는 유전병도 고친다고 합니다. 어떤 한의사는 암도 100% 치료하고, 치매도 100% 치료한댑니다. 어떤 한의사는 혈압약 당뇨약 심장병약 다 갖다 버리고 한약만 먹으랍니다. 이런 걸 볼 때마다 부끄러워서 견딜 수가 없습니다; 심지어 홀딱 넘어가버리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보면 답답하기도 하고 죄스럽기도 하고.. 세상에 어떻게 요즘 세상에 "돼지고기 먹으면 기름이 먼지 싹 닦아 내려가서 천식이 치료됩니다" 같은 얘기를 할 수가 있나요.
상황이 그렇지만.. 그래도 한 번 한의원 가 보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물론.. 세상이 수상해서 대부분 한의원은 비만이나 피부미용에만 관심이 있을 것이고, 어떤 한의사는 그야말로 TV에 나오는 정도밖에는 말해주지 못할 수도 있고, 어떤 한의사는 약 한번 팔아보려고 말장난을 걸어올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정말 열심히 노력하는 한의사들도 분명히 있습니다.
강요할 문제도 아니고, 양의학보다 한의학이 엄청나게 우수하다거나, 그런 것도 아닙니다. 단지, 제가 생각하기에는 이렇게 좋은 것이 있는데도.. 이용하지 않으려 하고 보려 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 by | 2008/10/10 23:55 | 한의학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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